字(자)는 聖執(성집) 號(호)는 雲塢(운오), 　淵(황연), 醉放軒(취방헌) 憲宗 9年(癸卯-1843년) 함안군 산인면 운곡동(굼실)에서 25代 若菴(약암) 諱 達植의 아드님으로 태어나다. 공은 어릴 때부터 재주와 슬기가 특출하였고 골상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고 남달리 총명하였다. 장성함에 따라 용력이 출중하였으나 몸을 단속하여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8세 때에 아버님의 상사를 당했는데 울면서 조문 받기를 성인처럼 하였다. 어머니께서 그가 너무 총명한 것을 불안하게 여겨 취학을 시키지 않았다.

어느 날 마을의 서당에 가서 스승에게 "글을 읽는 것은 무엇을 하기 위한 것입니까?"하고 물으니 스승이 말하기를 "사람되는 도리를 배우기 위해서이다"라고 하자 크게 기뻐하면서 드디어 글을 배우기를 청하였다. 스승이 이내 擊蒙要訣(격몽요결)을 가르치자 가르치는 데 따라 곧 통달하면서 평소부터 수업한 것과 같았다. 두 눈에는 빛이 나면서 안채가 보는 사람들을 위압하였다. 밤에도 깊은 잠을 자지 않았으며 어떤 때에는 수 십일을 잠을 자지 않았는데도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평생동안 눈에 조금도 눈곱이 끼는 병이 없었다. 14세 때 어머니 상을 당하자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다. 그전의 아버지 상사에는 나이가 어려서 예절을 다하지 못했던 것을 유감으로 여겨 염습한 수의와 관,부장품 등 조금도 나무랄 데가 없이 하였다. 3년 동안 상례를 지키기를 하루같이 하면서 몸에는 상복을 벗지 않았으며 여막 밖으로 나가지 아니 하였다. 3년 상을 마치고 가업을 다스리면서 여가에는 경전과 사서를 널리 읽어 통달하였는데 특히 예학을 좋아하여 현사들과 더불어 강론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黃帝 岐伯의 의서와 孫武 吳起의 병서와 음양 오행의 학설에 이르기까지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24세에 우리나라 문물제도를 관람하려고 한양으로 갔는데 중요한 지위에 있는 어느 재상이 공의 명망을 듣고 만나보기를 요청하여 만났더니 예의도 차리지 않는 오만 불손한 그의 태도에 공도 대등한 예절을 행하면서 자리에 앉았다가 곧 몸을 일으켜 나오니 그 재상이 잘못을 깨닫고 일어나 사과하며 만류했으나 공은 말없이 그 집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이내 조정의 변동하는 현상과 서울의 형편을 살펴보고는 옷소매를 떨치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는 과거에 응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公은 경전과 사서를 읽는 일로 스스로 즐겼으며 또 바둑을 두고 술을 마시며 자신의 회포를 풀면서 한평생을 보내려고 했다. 명성이 널리 퍼져 辛未(신미)년에 金世鎬(김세호) 道伯(도백:지금의 도지사)이 나라에 천거하여 고을 수령이 만나기를 간청하였으나 진실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헛된 명성을 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시고 사양하시었다. 丙子(병자)년 흉년에 곳간 곡식을 다 내어 곤궁한 사람들을 구제하여 임금께 포상을 주청 하려 하자 당연히 할 일을 하였다며 단연코 거절하시자 고을 원(李淸烈)이 더욱 훌륭하다 칭송이 자자하였다. 辛巳(신사)년 文獻(문헌)의 고장으로 이름높은 三佳(삼가) 　木(안목)에 우거하여 당세 巨儒(거유) 명사인 朴晩醒(박만성) 致馥(치복), 許南黎(허남여) 兪(유), 鄭艾山(정애산) 載圭(재규)와 더불어 도의로써 깊이 사귀었으며 이웃 고을 金約泉(김약천) 鎭祐(진우),尹膠宇(윤교우) 胄夏(주하)와도 친분이 자별하시어 항상 자주 맞나 경서 예학을 강론하기에 밤에서 낮으로 계속하시었다. 늘 말씀하시기를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친구로 삼으면 학문이 날로 고명한 곳으로 나아가서 어진 사람과 같게 될 것이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친구로 사귀면 날로 낮은 곳으로 떨어져 나도 다른 사람보다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경인년에 고향에 돌아오셔서 세상을 피하여 산다는 뜻으로 隱於齋(은어재)란 현판을 붙이시고 두문 불출 하시면서 더욱 서책에 몰두하셔 심오한 진리를 터득하여 嘉言(가언) 善行(선행)을 몸소 겪고 실천하시었다.

甲午(갑오) 動亂(동란)을 틈탄 匪賊(비적)들이 각지에 출몰 작폐가 심했으나 운오공께서 우거 해 계신 山陰(산음)마을에는 한 번도 나타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운오공 덕택이라고 입을 모아 칭송하였으며 또한 三嘉(삼가) 山陰(산음)에서 고장까지 육로 수로 수백 리 長程(장정) 곳곳에 화적 떼들이 나타나 길이 막힐 지경이었는데 운오공 할아버지께서 행차하신다는 말을 들은 도당들은 오늘 趙公(조공)께서 이 길을 지나가실 터이니 절대로 약탈 또는 방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서로를 경계하였으니 이 몹쓸 불한당들도 할아버지의 덕망과 인품에 감복하였던 것이었다. 丙祭(병제)이래로 戊子(무자), 甲午(갑오)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흉년으로 鷹巖(응암) 先塋(선영) 祭需(제수)가 부족하다고 종회에서 묘목을 팔기로 의결하였으나 운오공 할아버지께서 수 천명 자손들이 묘목을 보전 못 한다고 해서야 되겠느냐며 자진하여 자금을 내어 제수를 마련하였으며 또한 오래된 탓으로 기울어져 무너지게된 採薇亭(채미정)을 자비로 중수하시었다.

갑오년(고종31년-1894년)가을에 의복제도를 바꾸는 화가 있게되자 公은 살갗을 에이는 듯한 마음을 견딜 수가 없어 허남려와 정애산에게 서신을 보내는 등 "나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다른 사람도 울고 나도 울었소 통곡하고 통곡할 일 입니다"라고 하며 감개하고 격절한 말이 수 천자 뿐 만이 아니었다. 乙未(고종 32년-1895년)에 강제 삭발령이 내리자 할아버지께서는 鄭栢軒(정백헌) 諸公(제공)과 상의 동지를 규합하여 죽기를 각오하고 宜寧현의 자굴산 아래 모여 반대하려 계획을 짜고 있을 즈음 상감께서 그 전의 상태로 회복한다는 칙령이 내려 짜고 있던 계획을 중지하셨다. 이때 말씀하시기를 "우리들이 표면에 나타내지 않고 견디고 참으면서 죽지 않은 것은 기다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살갗을 벗기는 화가 조금 느슨해졌는데 느슨해지면 사람들의 마음이 통일되기가 어려워질 것이므로 마땅히 경솔하게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시었다. 戊戌(무술)년 봄에 여러 고을의 명인 석학들과 龍華山(용화산) 合江亭(합강정) [傍先祖(방선조) 澗松堂(간송당)께서 자연 풍경을 즐기시던 곳으로 옛 萬歷(만력) 丁未(정미)에 鄭寒岡(정한강) 張旅軒(장여헌) 두 선생께서 郭 忘憂堂(곽 망우당)과 당세 여러 명현들과 함께 선유하시던 자리 임]에서 前賢(전현)의 남기신 자취를 追想(추상)하시며 뱃놀이 모임을 주관하셨다. 이곳에서 명사들과 친분을 돈독히 하시며 經史(경사)를 토론하고 도의를 고취하여 때로는 感興(감흥)에 따라 登山臨水(등산임수)로 마음속의 쌓여 있는 회포를 장쾌하게 통렬하게 시를 지어 표현하시기도 하셨다. 평소 陶靖節(도정절)의 풍토를 흠모하시어 況淵詩(황연시) (아호도 황연이라고 하셨음)가 있었으며 은어재앞에 조그마한 樓臺(누대)를 지어 놓고 淸風樓(청풍루)라 이름하여 세상일을 초월하여 한가롭게 지내시는 羲皇人(휘황인)의 뜻을 따르셨다.(도연명의 淸風北窓下 自謂羲皇人;청풍북창하 자위희황인이리는 시구의 뜻을 따름) 이로부터 시국과는 완전히 등을 지고 문 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며 시가를 지어 읊기도 했다. 어쩌다 비분 강개한 마음이 동하면 스스로 감정을 억제 할 수가 없었다. 그럴 때에는 문득 두서너 말의 술을 마시고는 동자로 하여금 諸葛武候;諸葛亮의 諡號)의 出師表와 朱子의 垂拱殿奏箚(수공전주차)와 宋子[尤庵(우암)宋時烈의 諡號]의 三學士전을 읽게 하였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문득 통곡하고서 그쳤다. 심한 경우에는 두서너 섬의 술을 마시면서 아침저녁의 음식을 앞에 늘어놓고도 먹지 않고 문을 닫고있는 것이 어떤 때는 한 달이 되고 또 어떤 때는 반달이 되기도 했다. 아들들이 울면서 음식 자시기를 간절히 청하면 성난 목소리로 "내가 남자의 몸으로 조정에 나가서 군주를 보위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구제하지 못하고 귀와 눈이 총명한 남자의 몸으로 잔달스럽게 음식만 먹으면서 단지 하늘과 땅 사이의 하나의 좀과 같은 害物이 되고 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은가. 너희들은 다시는 말하지 말라."하며 꾸짖었다. 戊戌年(光武2년-1898년) 봄에 여러 유명한 석덕들과 더불어 용화산 아래의 옛날 한강(寒岡-鄭述의 號)과 여헌(旅軒-張顯光의 號)등 여러 현인들이 함께 배를 타고 놀았던 곳에 나아가서 그 분들의 뜻을 이어 배를 타고 노는 모임을 가졌다. 강 한가운데에 이르르자 忘憂堂(郭再祐의 號)이 임진왜란 때 나라를 중흥시킨 공훈에 느낌이 있어 詩를 지었는데 그 시는 이러하다. "북쪽을 바라보니 흐린 별이 꿈 가장자리에 아득한 데 남쪽에 와서 노로 뱃전을 두드리며 강 복판에 떠 있네. 인간 세상에 정박할 데가 마침내 어느 곳이겠는가. 기개있는 선비는 이제 와서 부끄러움이 한이 없겠네.(北望暈星迷夢際 南來叩楫 正流中 人間 褐伯終何處 氣士當今槐不窮)"

"용화산 아래의 강물에 용이 있는데 용도 또한 근심이 있었네 어느 시기에 기운을 뿜어 비를 만들어서 우리나라의 수치를 깨끗이 씻어 없앨 것인가.(龍華山 下水有龍 龍亦愁 噴作那時雨滌盡海東羞)" 뱃놀이를 마치시고 여러분과 함께 귀환하시어 산재에서 수일 동안 鄕飮禮(향음례)와 강론으로 학문 추구에 진력하시다가 泄痢患(설리환;설사병)으로 藍輿(남여)를 타고 집으로 내려오시면서 자양산을 돌아보시며 "이제는 만사가 끝났다. 자양산에서 風雨(풍우)가 大作(대작)하면 내가 하늘로 돌아가는(歸眞 ;귀진)날이다"라고 말씀하셨다. 五月 初 一日 풍우가 갑작스럽게 대작하여 지척을 분간하지 못 했는데 그 익일 풍우가 그치고 날씨가 청명한 午(오)시에 정침에서 考終命(고종명)하셨다. 전날 郡(군)의 남쪽에 있는 趙南山(조남산)이 한 밤 중에 진동하여 산골짜기가 온통 들끓어서 그 산아래 栢山(백산) 일촌 남녀 노소가 다 어찌 된 영문을 몰라 겁에 질려 울부짓다가 익일 아침에 살펴보니 산꼭대기에서 집채와 같은 큰 바윗돌이 굴러 내려 왔기 때문이었다.

術者(술자,점술가) 尹(윤) 모씨가 사람들에게 가만히 말하기를 이 고을의 터주 趙氏는 고을의 명망 높은 가문이며 더군다나 산 이름이 趙南이니 조씨 문에 災禍(재화)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던 바 그 말이 적중되고 말았다. 九月 初 四일 장례에 八百여명이 참례하였으며 이날은 천기가 청명하였으나 발인 할 무렵 자양산 꼭대기에 갑자기 짙은 안개가 일어나 삽시간에 온 골에 가득 차서 어두운 밤과 같아 사람의 안면을 분간하지 못 하였는데 잠깐 뒤에 안개가 사라지고 하늘이 맑아지면서 무지개 한 줄기가 길게 동서로 뻗쳐 나타났다. 당시 식자들 말씀이 생전에 복 바치는 비통, 쌓인 울분이 맺히고 뭉치어 다 사라지지 않은 때문인지, 아니면 장차 지하에 들어가서 본디의 형체(本色;본색)를 드러내려고 함인지 하면서 서거하심을 모두들 못내 탄식하였다.

公은 재주와 도량이 뛰어나고 단정하였으며 풍채는 장대하였고 마음은 웅장하고 기개는 호방하였으며 영특하고 민첩하였으며 성질이 침착하고 생각이 깊었다. 의지가 확고하여 감히 빼앗지 못 할 용기, 심중의 헤아림이 깊은 바다와 같아 초인적인 품격을 갖추시어 경향 각지의 사람마다 장군의 재목이며 湖海(호해)의 호걸이라고 칭송하였다. 세상사람들은 영리에 쏠리고 권세에 붇좇지만 이를 보기를 자기 명예를 더럽히는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는 때를 살펴보고 일을 헤아려서 하였으므로 평생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종족과 향당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논이 엇갈릴 때도 公의 말 한 마디로 이를 결정하니 여러 사람들은 다른 말이 없었다. 이는 그가 일을 헤아려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보통 사람보다는 다른 점이 있고 정신과 기백이 또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시 행동을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태도를 하면서 자신의 기질을 숭상하여 남을 억누르는 일이 없는지 반성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타고난 기질이 너무 강할 뿐 아니라 또한 젊었을 때 배움의 길을 잃었기 때문에 항상 내 스스로 남보다 나은 줄로 여기는 자만심을 제거하는 일에 더욱 힘쓰고 있지만 자기를 다스리는 능력이 주밀하지 못해 능히 이 병통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으니 너희들은 이런 일을 경계토록 하여라"고 하셨다.
하루는 어떤 사람과 바둑을 두고 난 후 물러 와서 사람에게 말 하기를 "그 사람은 바둑 두는 일에 어두워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자기 스스로는 잘 두는 줄로 알고 있으니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는 반드시 자기 재능을 믿고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일을 처리하다 화를 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 화가 적을 경우는 자기 몸을 망치고 집을 망치는데 그치겠지만 그 화가 클 경우는 나라를 그르치게 할 것이니 어찌 천하의 큰 경계가 아니겠는가"라고 하셨다.

자양산이 우뚝 솟아 있으니 명석한 선비가 타고났도다. 貞節公(漁溪 趙 旅의 諡號)과 節度公(北溪,靖國一等勳 忠淸兵馬節度使 慶尙 右水營 節度使)의 충신 효자의 가문에 환하게 빛나는 웅대한 마음은 絶筆(별세하기 전의 마지막 필적)에 나타나 있네. 북쪽 대궐을 바라보니 흐릿한 별이 꿈 언저리에 아득하네. 인간 세상에 정박 할 곳이 마침내 어느 곳이겠는가. 기개있는 선비는 이제 와서 부끄러움이 한이 없네 그대의 詩를 읽고 지금 세상을 논한다면 후세 사람들이 그대의 진심을 알리라. 이 墓碣銘은 勉庵 崔益鉉 公이 撰述(찬술)하였다.
[見言 行錄(견언 행록) 및 艾山 鄭載圭 行狀, 有 遺稿(유 유고), 묘; 본동 뒷동산, 묘비; 뒷동산 묘소 기슭]

묘비문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