巴陵之紫陽山下 有洞曰雲谷 咸安趙氏中世世居也 直其北數弓地 有齋曰念修 其先墓墓室也 後孫映奎永五甫 徵余以記楣之文曰 雲谷 是吾祖獨村公諱宗榮夢卜之庄 而處士公諱時牧 諱　 愼軒公諱鎭洪 衣履之藏在焉 於獨村公爲父祖若孫也 每歲芬苾之供 必備物於家而來薦之 以其近且便也 顧事體有未備 子孫病之 去丁未春 始合族收議 立齋舍以供祀事 兼以爲子孫藏修之所 子其一言以發之也 余辭以不文 因復于永五曰 念修之扁 扁之者 何人 春秋霜露之感 夫人所同 夙夜　生之戒 趙氏所獨 處士公之托志淸寒 愼軒公之因心孝友 鬱然爲傳家之訣 而上有所授 下有所受 獨村公肇基之厚 斷可識矣 今天地閉塞 人理滅絶 子焉而不父其父 臣焉而不君其君者 滔滔皆是 趙氏名齋之意 其或風雨 一鷄爲天下先聲者歟 出戶而　然如見 入室而肅然如聞 周旋升降之際 子孫其有思乎 父祖之於子孫 用心固不一 而生得好子孫 爲太上願 欲讀書以明理 反經以處變 要不墜傳來心血 □其好之之道也 願趙氏愼毋以齊明有所 牲殺有廚 謂了事 居業於斯 進德於斯 楣扁司戒 念終始克一 則隨時處順 沛然有餘裕 振世淸風 處可以爲貞節先生靖國奇勳 出可以爲節度使君百(?)世一印 不出家而道存 世有好懿而知恥者 必藏取法於趙氏矣 趙氏其念哉 永五曰唯 請書以爲念修齋記
辛亥復陽 八溪鄭冕圭記

파릉(巴陵)의 자양산(紫陽山) 아래에 운곡(雲谷)이라는 골짝이 있으니, 함안 조씨(咸安趙氏) 중세(中世)의 세거지(世居地)이다. 그 북쪽 몇 궁(弓)20)이 되는 곳에 염수재(念修齋)라는 재실(齋室)이 있으니, 그 선영(先塋)의 재실이다. 후손 영규 영오씨(映奎永五氏)가 나에게 기문(記文)을 요청하며 말하기를 "운곡은 나의 선조(先祖)이신 독촌공(獨村公) 휘(諱) 종영(宗榮)이 꿈에 얻은 터인데, 처사공(處士公) 휘 시목(時牧)과 휘 직(　), 신헌공(愼軒公) 휘 진홍(鎭洪)의 묘소가 이곳에 있으니, 독촌공에게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손자가 되십니다. 매년 향기로운 제수(祭需)를 올릴 적에 반드시 집에서 제물(祭物)을 장만해 가지고 와서 올리니, 이는 거리가 가깝고 편리하기 때문이나 사체(事體)를 돌아보면 미비(未備)한 점이 있어 자손들이 병통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정미년 봄에 비로소 종족(宗族)들이 합의(合議)하여 재실을 세워 제사를 받들고 겸하여 자손들이 학문을 닦는 곳으로 삼았으니, 그대는 한 마디 말을 하여 발명(發明)해 주기 바랍니다." 하였다.

나는 문장(文章)을 잘하지 못한다고 사양하고는 인하여 영오(永五)에게 답하기를 "염수(念修)라는 편액(扁額)은 편액한 분이 어떤 사람입니까? 봄과 가을의 우로(雨露)와 서리가 내릴 때의 감회는 사람들이 똑같은 것이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자서 낳아주신 선조를 욕되게 하지 말라는 경계는 조씨(趙氏)만의 독특한 것입니다.
처사공이 청빈(淸貧)함에 뜻을 둠과 신헌공이 천성(天性)으로 효도하고 우애하여, 거룩하게 집안을 전해오는 비결(秘訣)이 되어 위로는 전수해준 바가 있고 아래로는 받은 바가 있으니, 독촌공이 처음 터를 잡으신 훌륭함을 결단코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천지(天地)가 폐색(閉塞)하여 사람의 도리(道理)가 끊어져 자식으로서 그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고 신하로서 그 군주를 군주로 여기지 않는 자가 모두 그러한데, 조씨의 재실에 이름한 뜻은 아마도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닭 한 마리가 울어 새벽을 알려 천하의 좋은 소식이 되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문을 나오면 서글피 선조(先祖)를 뵙는 듯하고 방에 들어가면 엄숙히 선조의 음성을 듣는 듯하여 주선(周旋)하고 오르내리는 즈음에 자손들은 아마도 이러한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부조들이 자손에 대하여 마음씀이 진실로 똑같지 않으나 훌륭한 자손을 낳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일 것입니다. 책을 읽어 진리(眞理)를 밝히고 떳떳한 도(道)로 돌아와 변란(變亂)에 대처하고자 한다면 전래(傳來)하는 심법(心法)을 실추시키지 말아 좋아하는 도(道)를 다하는 것일 뿐입니다.
바라건대 조씨(趙氏)는 재계하여 깨끗이 성복(盛服)을 갈아입을 곳이 있고 희생(犧牲)과 제수(祭需)를 장만할 부엌이 있는 것을 가지고 일을 끝냈다고 여기지 말고, 이곳에서 업(業)을 쌓고 이곳에서 덕(德)을 진전시켜 편액을 보고 경계하여 시종(始終) 한 생각을 갖는다면 때에 따라 순히 대처하여 패연(沛然)히 여유가 있어 대대로 전해오는 깨끗한 유풍(遺風)을 떨칠 것입니다.
그리하여 시골에 있으면 정절선생(貞節先生)의 국가를 안정시킨 기이한 공훈(功勳)을 이룰 수 있고, 세상에 나아가면 절도사군(節度使君)의 백세에 한 인부(印符)가 되어서 집안을 벗어나지 않고 도(道)가 있을 것이니, 세상에 아름다운 덕(德)을 좋아하고 염치(廉恥)를 아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조씨에게서 법(法)을 취할 것입니다. 조씨는 생각하십시오." 하였다.
이에 영오가 "아! 옳습니다." 하므로 이것을 써서 염수재기(念修齋記)로 삼을 것을 청하였다.
신해 복양(復陽)21)에 팔계(八溪) 정면규(鄭冕圭)는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