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재

염수재기(창규)

詩云維桑與梓必恭敬止言以父母所植必加恭敬況無念父祖之志況無修父祖之德乎能念父祖之志修父祖之德是肖子孫也苟不念父祖之志修父祖之德是悖子孫也故孝者善繼人之志善述人之事者也孝者百行之源若於孝也有一分虧欠則百行皆僞召災於己貽辱於親爲人子者可不念哉可不修哉雲谷之洞有齋是余七八丙舍也以其境界閒適兼宜子姓肄業之所也齋旣成扁之曰念修齋蓋取無念爾祖聿修厥德之義也若爲吾祖子孫者苟不以省松楸悽霜露爲孝能常念父祖之忠孝勤儉自修厥德世濟其美則子孫之職庶幾可也而父祖陟降之靈亦肯曰予有後昆盛大之福亦可致於積善之餘念修之要在課忠責孝敬以聚也登是齋者　相與勉之哉
歲著雍　灘仲春後孫彰奎謹撰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부모가 심으신 뽕나무와 가래나무를 반드시 공경한다." 하였으니,16) 이는 부모가 심으신 것이라 하여 반드시 공경함을 말한 것이다. 더구나 부조(父祖)의 뜻을 생각하지 않고 부조의 덕(德)을 닦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조의 뜻을 생각하고 부조의 덕을 닦는다면 이는 훌륭한 자손인 것이요,

16) 《시경(詩經)》에 … 하였으니 : 고대에는 집 주위에 뽕나무와 가래나무로 심어 누에를 치고 가구를 만들었으므로 고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시경》 소아(小雅) 소반(小弁)에 "뽕나무와 가래나무로 반드시 공경한다.〔維桑與梓必恭敬止〕" 하였는데, 이는 부모가 심은 나무라 하여 공경함을 말한 것이다

만일 부조의 뜻을 생각하지 않고 부조의 덕을 닦지 않는다면 이는 패륜(悖倫)의 자손인 것이다. 그러므로 효도란 부모의 뜻을 잘 계승하고 부모의 일을 잘 이어가는 것이다.17) 효는 백행의 근원이니, 만일 효에 있어 일푼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모든 행실이 다 거짓이어서 자기몸에 재앙을 부르고 부모에게 욕됨을 끼칠 것이니, 자식된 자가 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닦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곡(雲谷)의 골짝에 재실(齋室)이 있으니, 이는 나의 7대와 8대의 재각(齋閣)인 바, 경계(境界)가 한적하여 자손들이 학업(學業)을 익히는 곳으로도 마땅하다. 재실이 이미 이루어지자, 편액(扁額)하기를 염수재(念修齋)라 하였으니, 이는 《시경》에 "너의 선조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 덕을 닦으라."18)는 뜻을 취한 것이다.
만약 우리 선조의 자손이 된 자가 선영에 성묘(省墓)하며 봄과 가을의 우로(雨露)와 서리가 내릴 때에 서글퍼하는 것만을 효(孝)로 여기지 않고, 항상 부조(父祖)의 충효(忠孝)와 근검(勤儉)을 생각하여 스스로 그 덕(德)을 닦아서 대대로 아름다움을 누린다면 자손된 직분(職分)을 거의 다할 수 있을 것이요, 오르내리는 부조의 영혼도 또한 기꺼이 내 훌륭한 자손이 있다고 하실 것이니, 성대한 복(福)을 또한 적선(積善)한 뒤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선조의 뜻을 생각하고 선조의 덕을 닦는 요점은 충성과 효도를 행하여 공경히 모음에 달려 있으니, 이 재실에 오르는 자가 어찌 서로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옹군탄(著雍　灘)19) 중춘(仲春)에 후손 창규(彰奎)는 삼가 짓다.

17) 부모의 … 것이다 : 《중용(中庸)》의 "효도란 남(부모나 선조)의 일을 잘 계승하고 남의 일을 잘 따르는 것이다.〔夫孝者善繼人之志善述人之事〕"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18) 《시경》에 … 닦으라 : 《시경》 대아(大雅) 문왕(文王)에 "너의 할아버지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 덕을 닦을지어다. 길이 천명에 합함이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하는 길이니라.〔無念爾祖聿修厥德永言配命自求多福〕" 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19) 저옹군탄(著雍　灘) : 고간지(古干支)로 저옹은 십간(十干)의 무(戊)에 해당하고 군탄은 십이지(十二支)의 신(申)에 해당하는 바, 무신년(戊申年)을 가리킨 것이다.